어느 날 선물처럼 찾아온 임신 (4주 2일차)
평소에는 생리 예정일에 맞춰 칼같이 생리를 하는데, 지난달에는 이상하게 생리를 하지 않았다. 날씨도 덥고 피곤해서 그런가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생리 예정일 하루가 지나자마자 해본 임신 테스트기. 결과는 두줄이었다. 두줄을 발견한 순간. 생각지 못한 갑작스러운 임신에 나 이제 어떡하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때부터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서 산부인과를 언제 가야 하는지, 뭐를 조심해야 하는지 폭풍같이 검색을 해보았다. 나의 경우에는 생리예정일 지나서 바로 임신을 알게 되었는데 이때가 4주 2일째였다. 5주차,6주차는 되어야 아기집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일주일을 꾹 참았다.
나 계획파가 아닌데 계획대로 되고 있네? 하며 신기하며 보냈던 4주차.
산부인과 방문 (5주 1일차)
성격 급한 나는 5주차가 되자마자 미리 예약해둔 산부인과를 방문하였다. 실제 배란일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5주차에도 아기집이 보이고, 어떤 사람은 6주차가 되어야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혹여나 아기집이 보이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기로 하였다.
상담해 주시는 분도 나의 첫 생리일자를 들으시더니 보일 수도 있고 안보일 수도 있다고 하셨다.
결과는 아기집은 볼 수 없었다. 아기집으로 추정되는 게 있긴 한데 3mm 정도로 작은 점이라 일주일정도 지나면 더 잘 보일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자궁 내막도 두꺼워져 있다고 하셨다. 아기집음 못본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아직 아기가 천천히 자라고 있나 보다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검사를 하면 임신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셨는데, 확실하게 초음파로 아기집을 보고 싶어서 일주일만 더 참아보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요즘은 임테기도 정확하다는 의사선생님 말을 듣고, 굳이 피를 뽑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유산된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피검사를 한번 해볼걸 그랬다.
그리고 다음 병원에 오는 날을 기다리며, 매일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다. 이틀마다 HCG 수치가 두배로 늘어서 임테기 줄이 더 진해진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항상 비슷한 수준이어서 뭔가 의아했지만, 아직 모르는 거니 기다려보자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병원 방문 전 갈색 출혈 (5주 7일차)
산부인과를 방문하기로 한 전 날, 저녁. 가볍게 산책을 다녀왔는데, 팬티에 갈색 피가 조금 묻어있는 걸 발견했다. 어? 이게 뭐지... 화장실을 간 순간 갈색 피가 우두둑 떨어졌다. 가루 같은 게 섞여서 나오는 갈색 피였다. 뭐야, 나 생리하는건가? 뭐지? 갑자기 불안해져서 인터넷, 유튜브를 검색해 보는데 출혈은 간혹 발생하기도 하고, 위험할 수도 안위 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어차피 벌어진 일... 내일 병원을 가니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일 병원 가서 검사를 받아보자 했다.
5주 차쯤 가끔 배가 콕콕거릴 때가 있어 아기집이 잘 커지고 있나 보다 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2번째 산부인과 방문 (6주 1일차)
6주 1일차. 산부인과를 다시 왔다. 의사 선생님께 어제 출혈이 있었다고 하였더니, 바로 초음파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아기집이 지난번보다 몇 mm 정도밖에 커지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난황도 보이지 않고 자궁 내막이 많이 얇아져 있다고 하셨다. 피나는 상황을 보니 좋지는 않은 상태인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도 아직 혹시 모르니 유산방지주사를 맞자고 하셔서 주사 한방 맞고 피검사를 하고 왔다.
피검사 결과는 수치 600. 임신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라고 하셨다. 이럴 수가....
뭔가 긴가민가한 순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나의 아기가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복통이 생리통보다는 조금 심할 수 있는데, 너무 아프거나 피가 많이 나오면 내원하라고 하셨다.
지금도 피가 계속 난다. 처음에는 갈색피였는데, 점점 붉은색 피다. 임신인 줄 모르고 있다면 생리한다고 생각했을 듯..
나의 경우 유산 조짐이 보였던 상황을 정리해 보자면,
- 몸무게가 평소보다 1~2키로 줄었음 (5주차 초) - 개인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음.
- 임신테스트기가 더 진해지지 않고, 대조선보다 덜 진한 상태로 유지됨.
- 별다른 임신증상(ex. 입덧, 미열, 배 콕콕거림)이 없었음.
- 5주차 인데도 아기집이 3mm로 엄청 작았음.
- 6주차 하혈 (갈색피 -> 붉은색 피)
2주간의 짧은 시간에 임신과 유산을 한 번에 겪으니 마음이 참..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임신 초기에 너무 무리해서 돌아다닌게 문제였을까, 음식을 좀 더 신경써서 먹지 못한게 문제였을까...
원인을 파악해보려고 했지만, 의사선생님도 유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이참에 더 즐겁게 지내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더 건강한 아이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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